신영복 교수가 가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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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분이 세상을 떠났는데 마치
형을 잃은 것 같은 우울함으로 몇일을 보내고 있다.
꽤 오래 전에 한 여류 시인이 내게 건내 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맑은 영혼을 지닌 지성인이 있나 하며 감명을 받았었다.
바로 신영복 교수시다.
마침 내 아내는 그 분의 제자다.
종종 그분의 강의를 들으며 감명을 받았던 일들을 말하곤 하였다.
나보다 아내는 더 진한 우울에 빠진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하여 여러번 그분의 강의를 접하였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지성인이 어떻게 저렇게 진솔 무구한가,
격이 그리 고우신가 하고 감탄하였다.
내가 나이가 있어서 건방스러워졌는지
요즈음 그렇게 고운 지성인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데도 저자들을 보면서 쉽게 눈길이 가지지 않는다.
이렇게 건방을 떨면 사람이 못쓰게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왜 자꾸 그런 유혹에 빠지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두살 위이신 신영복 교수님은 너무 일찍 가신 것 같다.
쏟아내지 못한 맑음과 밝음이 가득한체 가버리신 것 같아 못내 가슴이 저린다.
어느 고즈넉한 곳에서 맑게 솟던 시원한 샘물이 말라버린 것같은 심정이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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