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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다스리는 문제에 대하여 / 하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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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십시오. 화를 참지 못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나 않는지 우리가 지켜볼 것입니다. 혼자 일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지나 않는지 우리가 지켜볼 것입니다. 일이 아무리 늦어지고 비생산적으로 생각될지라도 온유한 마음으로 참고 화합하십시오.”


지도자 임명식에 축하 손님으로 갔다가 금과옥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낱말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으로 폐부에 닿아왔다. 우리가 지켜보겠다는 말이 따끔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자는 약속 아닌가. 참아내기! 어찌 지도자만이 지닐 덕목일까. 온유함도 화합도 인내의 정신에서 시작한다. 인간 성품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긴요한 도구이다.


가장 실천하기 힘든 인내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아닐까. 말은 마음속에서 자라난 생각이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말은 언젠가 표출이 되고 그 힘은 걷잡을 수 없이 강하다. 말은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울이다. 진실할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캄캄한 동굴 속에 비치는 빛이 될 수 있다. 나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 그의 인생을 부러진 못처럼 꺾어버릴 수 있다. 익히지 않은 생각과 성급한 판단과 배려 없는 편견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어떤 모난 말을 하든 듣는 당신이 둥글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은 무자비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인내에 대하여 새롭게 되새김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예상치 않은 새해 선물처럼 고맙고 반가웠다. 좋은 선물에는 덤이 따른다. 연이어 들려온 한 어른의 덕담이 춥고 메말랐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려고 애를 씁니다. 성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맙시다. 적당히 하십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항해도, 올 것은 오고 이룰 것은 이룹니다. 병을 앓기도 하고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보아야 나 자신과 이웃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집니다. 질병도 실패도 복으로 받아드립시다. 오늘 여기까지 우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할 조건이 됩니다.”


마음속에 가득 차서 숨통을 막고 있던 거품이 일시에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그랬다. 새해를 맞아 올 한 해를 또 어떻게 살까, 막막했다. 무덤덤하게 있자니 미안하고, 새로 주어진 시간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세우자니 한숨이 났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이런 고민을 언제 했던가 싶겠지만 연초에는 마음이 늘 무겁다. 그런데 몇 마디 문장이 스산한 마음을 평온하게 다독여 주었다.


그러자, 뭔가를 이루려고 애쓰기보다는 내려놓는 일에 집중하자. 아니다, 그 의지조차도 마음 밖으로 밀어내자. 슬픔도 고통도 분노도 바람과 미련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일은 시간에게 맡기자.


인내해야겠다. 마음의 절제를 연습해야겠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하겠다. 맑고 간절한 생각만 고이게 하는 샘 하나 마음밭에 파두어야 하겠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6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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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아님의 댓글

no_profile 하정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해 첫 안식일, 로즈미드 교회에서 시아주버님이 장로안수를 받으신다기에 축하손님으로 갔다가 감동적인 예배를 드리고 왔습니다. 제일 먼저 인용한 글은 김춘수 목사님 말씀을, 두번째 인용문은 박대종 장로님께서 안교교과를 함동으로 인도하시면서 하신 말씀을 요약한 것인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로즈미드 교회 교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일간지에 싣는 글이라 교회향을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더니 느낌이 반감되어 반쪽 글이 되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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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선님의 댓글

no_profile 한만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분 어른이 하신 말씀은 그냥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쪽의 상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김목사님과 박장로님의 말씀보다 그 말씀을 달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감격하고 발전적으로 더 확대 적용하는 상대의 상태 말입니다.
하정아님의 인격과 신앙과 지능의 깊고 넓음의 경지가, 그리고
님의 아름다운 마음과 치우치지 않는 사상, 감정이 잘 드러난
감동적이 글임이 확연합니다.
존경하는 하정아 작가선생님.
더욱 정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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