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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지를 받고

친구의 편지

여기는 4시15분 정도다. 잠이 깨여서 뒤척 거리다가
internet 을 열었더니 네 소식이 왔다.
  오늘 네말대로 오 선생 장례식하겠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시던 .
부고를 들으면 항상 내차례를 생각해본다. 
죽기전에 정리해야겠는데 막상
"정리할것들이 많은것 같은데 뭐 정리할것이 특별히 없다."
죽으면 신경도 꺼지니까 고통 슬픔 눈물은 없다.
물론 기쁨도 즐거움 도없다. 
우리 나이로 봐서 산전수전다 격고 죽어 신경이 꺼져서 쉴때도 됬다.
그때가지는 조금의 기쁨도있겠지만 "막연한 depression"
딸아 다니는건 어떻게 쫓아낼수가없구나

답장

나 는 말이다 
네가 얘기하는 
"막연한 depression" 을 이렇게 고칠수 있으면 좋겠다.

한번은 LA에사는 교우한분에게
한달미리 
내가 자기 집에 놀러가서 하루 밤을 자고 올수 있냐고
전화로 물었거든 그런데 "오케이"를 해놓고
날 기다기를 한달을 했던거야


그 교우말이
맞날 날이 점점  닥오올수록
집안도 딱고 정돈도하구
마당에 지저분한 잡풀도 가꾸고
집안에 더러운곳을 페인트칠도하구
일주를 앞두고는 
이발소도가서 이발두하구
마누라 파마도하라구 하구'
계집 딸아이 신도 옷도 새로 사오구
마눌을 졸라서 김치도 담그고
시장에가서 된장 며루치 사고 ( 그분은 멸치를 안먹어)
집안이 우중충해보여서
화분도 사다놓고
집안에 걸린 삐뚤해진 사진도 바루 걸구
그리고 내가잘 침대보도 갈구
내가 쓸 화장실에 치솔 치약 비누 샴푸
타올까지 새로사놓고

나에게 편지가 왔어
이젠다준비됬으니
그러면서
그동안 나를 생각하며
" 잔잔한 마음에 흥분이 있었다"는 거야

그래나도 죽음이란것을 
이렇게 "잔잔한 마음에 흥분"
으로 반기며 맞아 보고 싶다.
그럴래면 
긴 준비보다는 그냥
어느날 값자기
늘얘기하던 네가 불쑥 아트랜타 비행장에서
야! 난데... 나 너네 동래 왔다. 데릴러와라!
그 소리에 차를 몰고 비행장으로
조급하고 초조하고 그러나 기쁜소식에
"잔잔한 흥분"을 일으키며
운전대를 잡고 가겠지!
바로 이런기분으로
죽음이란것을 맞을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가. 9월 7일 노동절을 집에서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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