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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맨발이 되다





                                                                                                                                  유지인

떨기나무가 불길 속에서 흔들리는 것뿐인데

어쩌자고 내 가슴이 이리 너울대는 건지

처음보는 세상을 향해 고개 돌리는 새끼 짐승처럼

고개 돌리는 순간, 가시떨기나무 한가운데서 음성이 들렸다

모세야, 모세야 --

배냇적에 지워진 내 아버지의 음성이 저러할까

사막을 건너온 목마름이 그 음성에 적셔진다

 

바람의 갈피를 베고 누운 밤들의 주름살을

불꽃이 다림질하고 지난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지녀온 것들이 불꽃 앞에서 덧없이 흔들리며 비춰진다

두려움이 무릎으로 구덩이를 파고 있는데

불꽃의 수레바퀴로 지나는 하나님의 음성이

사십년 모래 폭풍도 벗기지 못한 신발을 치고 지난다

 

하나님의 손바닥에 새겨진 백성의 고통이

내 온몸의 세포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아픔도 없이 생겨난 자식처럼 떠돌던 내게

백성을 위해서만 뛰게 될 심장을 이식해주셨음인가

내 안에 내가 아닌 내가 뛰고 있다

발바닥까지 관통하는 뜨거운 열기가  나를 훅, 들어올리자

족쇄 같던 애굽의 신발이 떨기나무 아래에 툭! 떨어진다

 

이제 맨발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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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寧熙님의 댓글

no_profile 李寧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지인 시인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방문해 주셔서 환영하고 감사합니다


모세가 자신의 이력의 신발을 벗고 
맨발로 새출발 하는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짧은 시에서 
애굽의 족쇄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을 걸어간  출애굽의 대 서사시를 읽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합니다


좋은 시 함께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정과 건강' 월간지에서 유 시인님의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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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유지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지원 제가 한창 습작할 때 감동이라는 낱말에 시의 발이 걸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 비밀을 알아가면서

제 시에도 조금씩 감동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이셨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장로님

제 시를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 <봄 같은 사이>를 보면서 장로님께서도

감동의 비밀을 알고 계신 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마음들 어느덧 쌓인 감정의 살얼음도 녹아내리고

서로를 향해 내민 배려의 손길마다 연둣빛 이파리 돋아나

올 봄 주변이 환하시겠습니다

 

<가정과 건강>에 3년동안 시 해설과 시 치유에세이를 연재한 적 있었는데

기억해 주심도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세요^^ 

 

제 낭송 파일을 첨부했는데 플레이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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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삼 주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안 삼 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지원 두분의 시가  
미남입니다.  많이 올려 주심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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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유지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지원 안삼주 목사님! 안녕하세요

제 시에 관심가져주시고 환영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처음 인사드리는 거라 개별 답글을 올리는 게 예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트에서 목사님 영감의 시와 글을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은혜와 준비로 충만한 영적인 힘이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오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고린도 전서 15장 10절

말씀처럼 제가 시를 쓸 수 있음도 결국 하나님의 은혜라는 걸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카스다' 사이트엔 많아서 감동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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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님의 댓글

no_profile 황현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고맙습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노예습성과 노예근성을 빨리 벗어야 되겠다.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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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유지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무흠 황선생님!  안녕하세요?  열린 마음으로 제 시를 읽어주심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의 가시 떨기나무를 만난 곳이 출애굽기 3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등단을 위한 시만 쓰다 성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으니까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아의 신발을 벗고 하나님의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기도의 신발을 신지 않으면 불가능한 성시 쓰기를 통해

신앙의 본질과 은혜에 더 깊이 다가가기를 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함께 공유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믿음의 가족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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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경님의 댓글

no_profile 장도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시를 이제야 읽고 가면서 때늦은 감사의 멘트하나 올립니다.
성경은 늘 우리더러 똑 같은 의미의 말씀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모세가 사십년동안 자신의 의지로 신고 살아온 그 신발을 벗기시는 하나님
베드로에게 자신의 의지로 살아온 삶에 당신의 띠를 띠우고 당신이 원하는 죽음을
죽으라고 하시는 하나님.
밤중에 찾아온 이스라엘의 선생에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천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시는 하나님.

제자들에게

그리고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린 아이 하나를 소개하시면서 온갖 자신들이 길러온 성인들의 생각을 벗고

이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마땅하지 않다는 말씀도
비어있지 않으면 당신의 것으로 채울 수 없다는 기본을 가르치는듯 합니다.


가시떨기 (저주받은 우리의 삶)에 그 가시떨기를 태울 수 있는 당신의 역사가
올때에 우린 그저 신발 (우리의 생각) 을 벗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족쇄 같던 애굽의 신발이 떨기나무 아래에 툭! 떨어진다


시인의 일갈이 그런뜻에서 제 마음을 다시 한번 울립니다.
오늘도 나의것을 벗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고뇌하는 광야의 고독한
객 하나가 감히 이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느낀 감회를 적어 봅니다.
짐이나 누가 되었으면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건필하소서.


나의 기도는
"나도 나의 신발을 벗고 언제나 기도하게 하시고 글도 쓰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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