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빛도 없이" 12. 교통사고 - 선교열에 불타는 유영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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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 유영길 목사
1979년 12월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어머님이 한국에서 오셨지만 눈내리는 겨울 날씨 밖에 보여드릴 것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집안에 계시는 것이 답답하신 모양이다. 지난번 벤쿠버에서 전도한 경험도 있고 그곳 사정도 궁금하여 어머님을 모시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주기적으로 주치의에게 진단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의사의 허락을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록키산을 조심스럽게 넘었다. 벤쿠버 근처에 오니 눈대신 비가 오고 있었다. 전에 알고 있었던 박관식씨 집에다 우선 여장을 풀고 구도자 몇 명을 만나서 그곳 사정을 파악한 후 어머님과 함께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모든 여졍을 마친 후, 다시 에드먼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록키산을 넘어 제스퍼 시의 한 모텔에서 하루를 쉬었다. 아침 일찍 차를 점검한 후 막 떠나려는데 눈이 오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고속도로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즉시 속도를 줄여 40마일로 달렸다. 그런데 출발한 지 40분이 지나서였다. 힌톤이란 소도시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도로 상태가 아주 나빠졌다. 대형 트럭이 맞은 편에서 내 앞으로 전 속력을 내어 달려오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내 차는 중앙선을 넘어 그 트럭 앞으로 가더니 길 옆 언덕 밑으로 구르기 시작하였다. 차는 45도 경사진 언덕 밑으로, 몇 바퀴 데굴데굴 굴러가서 차체가 똑바로 섰다. 유리창은 다 깨졌고 차는 일그러지고 엉망이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옆에 앉아 계신 어머님을 불렀다.
"얘야, 너 어떠니?"
하시는 음성을 듣고서야 어머님이 무사하신 것을 알았다. 달리는 내 차가 눈에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구르는 순가, 나는
"어머니!" 하고 어머님을 안았다.
차가 구르면서 운전대 위의 지붕이 찌그러져서 운전대와 거의 닿았다. 내가 운전대에서 운전하던 자세로 그냥 있었더라면 어떻게 될 뻔했는가. 차 안에서 문을 열기가 힘들었지만 안전 벨트를 다 풀고 어머님 쪽 문을 열고 간신히 나왔다. 어머님과 나는 아무런 상처 없이 무사하였다. 우리들은 엉망이 된 차 옆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한편 도로 위쪽을 보니 앞에서 오던 트럭과 경찰차와 구급차가 서 있었다. 경찰이 우리 쪽으로 내려와 어떠냐고 물은 다음, 경찰차에 태워 우리를 안심시킨 후 사고 기록을 쓰게 하였다. 이번 사고로 우리도 무척 놀랐지만, 정말 간이 떨어질 지경이 된 사람은 트럭 운전사였다. 눈 깜짝할 순간에 자기 앞을 휙 지나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내 차를 보고 '저 차에서 시체가 몇이나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만일 내 차와 트럭이 부딪쳤다면 조그만 4기통의 내 차는 박살이 나고 우리의 생명은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은 무선 전화로 연락하여 모래 차를 불러서 도로에 모래를 뿌리기 시작하였다. 사고 원인은 눈이 많이 와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천사를 보내시어 우리를 보호하신 것이다. 한편 친절한 경찰은 병원에 가서 안정을 취하고 신체검사를 받도록 권했지만, 아무리 몸을 만져봐도 상처나 아픈 곳이 없어 경찰차를 타고 일단 힌톤 모텔에 들어가 쉬었다. 약 2시간 동안 쉰 다음, 시내로 나가 렌터카를 타고 사고 장소로 와서 뒤죽박죽이 된 차 안의 짐들을 챙겨서 렌터카에 싣고, 다시 에드먼턴으로 향하여 달렸다.
내 차는 보험회사에서 폐차로 처분되었고, 보험료를 받아 다른 차를 구입하였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눈동자처럼 보호해주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님이지만, 그때 그 사고를 생각하면 어머님께서 얼마나 놀라셨을지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이리하여 나는 또 다시 죽음 앞에서 구원을 받게 되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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