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빛도 없이" 10. 전도 여행과 곰 - 유영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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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여행과 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히 세천사의 기별을 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벤쿠버에는 한인 재림교회가 없다. 기도하는 가운데 그 쪽에 가서 전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마침 주치의도 '여행하는 것은 잡념과 스트레스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혼자 자동차를 몰고 록키산을 넘고 900마일(1440Km)을 운전하여 벤쿠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 친구나 친척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그곳에서 최초로 만난 사람은 박관식 씨였다. 그는 이민 온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개인 주택을 장만하여 그런 대로 지내고 있었다.
당시(1978년) 벤쿠버와 인근 도시 주위에 사는 한인들은 약 2,500~3,000명, 개신교회 3곳, 천주교회 1곳, 미국 재림교회 3곳, 한인 신문사 1곳 등인데, 신문사는 너무 빈약하여 한글로 타이프를 쳐서 복사한 보잘것없는 주간 신문이었다. 그러나 한인들은 그것도 감지덕지 하면서 한국 식품점에서 구입하여 애독하는 형편이었다. 벤쿠버는 항구도시와 관광도시로 유명하며, 3월부터 9월 사이는 기후가 좋아 더욱 아름다운 도시다. 겨울은 11월~2월까지인데, 눈 대신 비가 많이 내려서 습기가 많은 편이다. 또한 바다 건너 빅토리아 섬은 너무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이 모여든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벤쿠버는 앞으로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 가능성이 큰 도시였다. 그러므로 이곳에 진리의 등대를 속히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일을 위해 기도하며 한인 재림신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몇 주 후에 벤쿠버에 다시 돌아올 생각으로 에드먼턴으로 향해 떠나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록키산을 넘어 제스퍼(관광 소도시)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지내려고 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제스퍼는 매우 아름답고 웅장한 록키산의 설경을 여름에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래서 그런지 모텔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 만원이었다. 할 수 없이 차에서 밤을 지낼 수 박에 없었다. 도로 옆에서 노숙은 안 되겠고 산 중턱 호숫가에서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쪽으로 차를 몰았다. 장시간 운전하여 피곤함으로 그 날 밤은 차 안에서 그냥 골아 떨어졌다.
추위와 허기에 못 견뎌 눈을 뜨니 새벽 5시였다. 차 밖으로 나와 호숫가에 불을 피워놓고 냄비에다 라면을 끓였다.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옆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두움에서 오는 불안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나보다 두 배 이상 큰 시커먼 곰이 내 옆에 서 있지 않는가!
나는 너무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말이 있지만 그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우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정신이 아찔하여 얼마 동안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좀 차린 후 살며시 몸을 차 옆으로 움직여 우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붕붕 소리를 내 봐도 곰은 꼼짝하지 않았다. 조금 후에 곰은 슬슬 냄비 옆으로 가더니 냄비를 휙 뒤집었다. 그리고 쏟아진 라면을 손으로 훑어 먹더니 천천히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겁에 질려 추위나 배고픔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재빨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길 옆에 있는 경고판에 - 이곳은 사나운 짐승이 나와 위험하니 밤에 잠을 자지 말 것 - 이라고 씌어 있었다. 지난 밤 어두워 경고판을 보지 못한 탓에 나는 매우 위험한 경험을 하였다. 만약 그 곰이 발로 나를 내리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순간, 텔레비전에서 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 보도를 자주 접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주의 천사를 보내시어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에우시리이다" (시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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