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을 없애고, 원숭이를 끊다 > 선교

사이트 내 전체검색

선교

해외선교 부적을 없애고, 원숭이를 끊다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곤히 자는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은하야은총아이제 일어나.‘ 예배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지난 밤꾹꾹 막힌 가녀린 물줄기 탓에 샤워도 제대로 못했습니다게다가 구멍이 숭숭 뚫린 모기장 사이로 윙윙대는 불청객 탓에 잠까지 설쳤습니다그래도 오지로 들어가는 사역지 근처에 이만한 숙소라도 있어 다행입니다하루 15,000실링한화로 7,000원 남짓 주면 침대 하나작은 책상 하나 그리고 샤워실이 딸린 방에서 잘 수 있습니다이 가격에 아침도 주는데요식빵 두 쪽블랙티 한 잔소시지 하나그리고 삶은 계란 하나를 먹을 수 있습니다선교지에서는 꽤나 호사스러운 아침 식사지요

 

선교지까지 2시간은 더 달려야 하기에 아침은 사양하고짐을 챙겨 숙소 앞으로 나왔습니다이런아침 6시라는 것을 깜박했네요차 뒤로 주차된 또 다른 랜드크루져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야만 했습니다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열쇠를 끼워 맞추는 아저씨를 보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하품과 함께 하이나 시다(Haina shida,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시동을 거는데 랜드크루져 특유의 부르릉’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를 내뿜어야 하는 차는 웬일인지 시동은커녕 계속해서 헛바퀴만 돌았습니다그제야 잠에서 퍼뜩 깨어난 아저씨는 사마하니우사이디에 쿠수쿠마 가리 히(Samahani, usaidie kusukuma gari hii, 아이쿠미안해서 어째요이 차 좀 뒤에서 밀어주세요.)”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이번엔 저희가 하이나 시다를 외치며 은하와 은총이까지 젖먹던 힘을 다해 차를 꾸욱 꾸욱 밀었지요볼록하게 솟아오른 턱을 넘어 시동을 거는 동안 숙소를 지키던 경비원까지 합세해 숨죽인 응원을 보탰습니다아프리카에서는 흔하디 흔한 작은 소동의 끝바지춤을 치켜 올린 아이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차에 올라탔습니다   

 

00004하자베.jpg

-랜드크루져야, 시동 걸려랴, 얍!


집에서부터 챙겨온 사과그리고 시리얼 바를 하나씩 꺼내 먹으며 익숙한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짙은 안개에 덮인 흙집들총총걸음으로 녹색 바나나를 이고 가는 마마들쌩쌩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오토바이들… 마치 설날 아침고향교회를 찾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1시간쯤 달리자 아득한 광야가 저만치 펼쳐지고빽빽한 가시나무 사이로 울퉁불퉁 이어진 자갈밭이 나타났습니다반쯤 드러낸 어깨에 원색 슈카를 걸치고손에는 기다린 막대기를 쥔 바라바이크 사람들이 까만 선팅지가 부착된 앞 유리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드문드문 나타나는 어른 키보다도 낮은 바라바이크 가옥들과 댕그랑 댕그랑 여유롭게 지나가는 소떼들뉘 집 소들인지 목에 걸린 방울들이 마치 핸드벨을 연주하는 듯한 신비한 소리를 자아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기데루(Gideru),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인 에쉬케쉬에서도 한참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하자베(Hadzabe), 부시맨들의 땅입니다이 날은 침례식이 있는 날이었기에 저희는 예배당에 모여 있던 교우들을 재촉하여 침례 장소로 향했습니다우물 옆 침례탕으로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찰찰 흘러 넘치는 우물이 생겼습니다오늘이 바로 그 오아시스 옆에서 침례식을 치르는 첫 날입니다그동안 하자베 부족들은 물을 긷기 위해 매일같이 9시간을 걸어 다녀야만 했습니다물을 긷는 것은 오롯이 여자들의 몫이었습니다두 명씩 짝을 지어 무웨다라라(Mwedarara)까지 다녀오는 길종일토록 뙤약볕이 작열하는 모래밭을 걸으며, 20리터도 넘는 물동이를 이고 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어느 해인가다행히 하자베 마을을 우연히 방문한 한 음중구(Mzungu, 외국인)가 기데루 마을에 우물을 파 주었더랬습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채 일주일도 안되어 우물 펌프가 고장 나고 말았습니다타는 갈증을 해소하려 사람 마냥 우물가를 찾은 소떼의 침범 때문이었지요우물을 곁에 두고도 매일 같이 9시간을 걸어야만 했던 속절없는 세월이었습니다

 

우물 수리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지난 몇 년간통 기회를 갖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지난 3 21하나님의 은혜로 탄자니아에서 봉사하고 있는 한국의 NGO 단체인 서빙프렌즈(Serving Friends)의 이동선 지부장님과 함께 1차 답사를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고장 난 원인을 분석해 필요한 부속을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었지요그로부터 3일 후우물 전담팀과 함께 다시 한번 기데루를 찾았고마침내 펌프를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다행히도 우물은 전반적으로 깨끗한 상태였고수질 검사 결과 역시, ‘식수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콸콸 흘러 넘치는 우물 곁에서 하자베 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 혀로 탭댄스를 추는 듯한 독특한 하자베 언어로그들은 자신들을 굽어 살피시는 하늘 아버지를 마음껏 찬양했습니다  


00002하자베.jpg00007하자베.jpg

-드디어 물을 고쳤습니다!


00003하자베.jpg

- 은하, 은총이에게도 펌프질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물 옆에 파 놓은 작은 구덩이에 깨끗한 우물물을 채우고, 11명의 귀중한 하자베 부족원들에게 침례를 베풀었습니다에쉬케쉬 교회당까지 가야만 침례를 받을 수 있었던 지난 날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안식일이었습니다무릎 높이까지 채어 놓은 물의 양이 좀 적다고 하자 마루구(Marugu) 사역자와 지켜보던 교우들은 바로 옆우물로 달려가 수동펌프를 연신 움직였습니다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은하와 은총이까지 신나게 펌프를 돌려 양동이 가득 물을 담았지요우물 앞 좁은 물길을 따라 적셔진 작은 밭에 이름 모를 새싹이 가득 돋아 있는 모습이 몹시 생경하면서도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듯 예뻐 보였습니다


00006하자베.jpg

- 11명의 침례 결심자들이 예배시간에 찬양을 드리고 있습니다


00005하자베.jpg 

00009하자베.jpg

- 안식일 예배 시간


00008하자베.jpg

- 지푸라기로 엮은 하자베 가옥

 

그동안 기데루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다고 합니다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지피고지푸라기를 얹어 집을 지으며코요테를 사냥하여 끼니를 이어가는 지구상 최후의 원시부족이 궁금한 탓이었겠지요이곳은 세렝게티 국립공원 방문을 마치고아루샤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르는 원시부족체험지역이기도 합니다한마디로 관광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마을살아있는 민속촌인 셈이지요1년 반 전인가요옥수수를 심기 위해 하자베 부족과 함께 있을 때 들었던 한 음제(Mzee, 노인)의 혼잣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1년에 한 두 번씩은 꼭 하자베 지역을 방문 한다는 야생동물 학술 팀을 보며 한 말이었지요. 그날도 차에서 줄지어 내린 12명의 와중구(Wazungu, 외국인)들은 한 시간여를 있다가 다시 쌩하고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져 버렸습니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 음제가 제게 말했습니다1년에도 몇 번씩 저런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다녀간다우와서는 쓱 둘러보고 서둘러 가버리지자기 배만 채우고 가는 거야지금까지 당신들처럼 우리를 생각해 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어배고프다 해도 고개만 끄덕일 뿐... 당신들이 말하는 그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이렇게 옥수수를 심어주는 걸 보면...” 

 

음제의 말처럼 하나님의 손길은 21세기와 동떨어져 살고 있는 거친 사냥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하자베 부족들은 하나님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매주 수요일아카시아나무 언덕 아래 모여 마을을 위한 특별한 기도의 시간을 가져 왔는데요그동안 드려진 모든 기도가 완벽하게 응답되었다고 그들은 고백합니다가족의 병을 고쳐달라는 기도에는 기적적인 회복으로 응답하셨고먹을 것을 달라는 기도에는 그날의 사냥감으로 응답하셨다는 것입니다개인사 뿐만 아니라마을 공동체를 위한 기도에도 같은 응답을 받았는데요이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있는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을 통해 선물처럼 주어졌습니다소득을 내는 업을 달라는 기도에는 양봉(캐나다의 백미라 집사님)과 닭(한국의 광주삼육초등학교)으로 응답하셨고지붕이 있는 예배처를 달라는 기도에는 교회 건축(고승석 장로님과 김용식 교수님)으로 응답하셨으며물을 달라는 기도 역시 우물펌프 수리(최재우 집사님)로 응답된 것입니다


00000하자베.jpg하자베.jpg

- 새로 지은 기데루재림교회 모습입니다 


부족 대대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던 마을의 음강가(Mganga, 주술사)도 능히 풀 수 없었던 여러 어려움들이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다음부터는 즉각적으로 해결되는 기적을 맛보며하자베 부족들 역시뜨거운 감사와 온전한 순종의 삶으로 화답했습니다그들은 비즈(Beads) 장식물 안에 넣곤 하던 부족 특유의 부적을 떼어 버렸고그동안 즐겨 먹던 원숭이거북이그리고 뱀과 같은 부정한 동물의 섭취를 과감히 끊었습니다. 6년마다 새 아내를 얻곤 하던 일부다처제 관습 역시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그 뿌리를 뽑아 버리겠다고 결심했지요앞으로는 한 사람의 아내만 취하겠다는 의미로 곧부족 단체 결혼식도 거행할 예정입니다현재 마을 사람들과 의논 중입니다만지금 살고 있는 부인을 끝으로 마지막이자 영원한 결합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나타내는 신성한 예식을 치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부족은 여전히 씨족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현현은 때때로 마을 전체의 변화를 예고합니다기데루 마을 하자베 부족 역시주변 세 곳의 마을을 기점으로 삼아 생을 꾸려 나가는데요기데루에 양식이 떨어지거나사냥감의 감소로 위협이 느껴지면 옆 마을인 몽고아모노(Mongoamono)로 가서 몇 달 간 머물다 다시 기데루로 오는 식입니다앞서 말했듯 물을 길러 또 다른 마을인 무웨다라라(Mwedarara)까지 다녀 오는 식으로 말이지요지금 기데루의 하나님은 몽고아모노에도 무웨다라라에도 축복과 기적을 베푸는 전능하신 신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기데루로 와서 잠시 머물다가는 몽고아모노 사람들 역시우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마실을 오는 무웨다라라 사람들 역시잠시 마을을 들러 수요일 기도회나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며 그 능력을 맛보고 있는 것이지요

 

사냥꾼야생 열매 수집인유목민이 지구상 마지막 원시부족인 하자베 부족에게 찾아오셔서 은혜와 복음의 선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또한기데루 마을의 스티븐 마루구(Steven Marugu) 사역자를 지원해 주시는 권영자 사모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작년개척을 시작한 이래로 총 48명의 하자베 부족들이 침례를 받았습니다앞으로도 인근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로 나아오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00001하자베.jpg 

- 기데루 교회 근처에서 발견한 새둥지처럼 앞으로 새로운 영혼들이 많이 양육되길 기도해 주셔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