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죽음의 호수 근처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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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분화구(Crater)인 응고롱고로(Ngorongoro) 인근에 위치한 엔가루카(Engaruka). 이곳은 옹가루와(Olngarwa)라는 나무가 많다 하여 그 이름을 빗대어 지은 마사이 부족 거주지입니다. 엔가루카는 생명체의 무덤이라 불리는 그 유명한 나트론 호수(Lake Natron)와도 가깝습니다.
혹시 핏빛 호수, 나트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 호수가 유명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2013년 11월, 미국 뉴욕의 한 사진 전시회에서 많은 관객들은 한 장의 기이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공개된 사진은 호수 위에 떠 있는 한 마리의 백조 사진이었는데요. 얼핏 봐서는 전혀 놀라울 게 없는 사진일 것 같지만 문제는 그 백조가 살아 있는 백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진을 찍은 건 영국인 사진작가 닉 브랜트였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였는데 그는 사진의 출처로 탄자니아의 나트론 호수를 지목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수 주변의 분지는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동시에 멸종위기 근접종인 작은 홍학의 유일한 번식 장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동아프리카 전역에서 날아오는 2백 5십만 마리의 홍학을 부양하는 호수라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염분이 높을수록 시아노박테리아가 번성하여 남조류의 일종인 홍학의 먹이, 스피룰리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트론 호수의 염기성 물 또한, 천적이나 포식자를 막아주기 때문에 홍학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식처인 셈이지요(나무위키와 위키백과 참조).
엔가루카 마을은 이 유명한 나트론 호수 외에도 소다호(Soda Lake)라 불리는 지와 마가디(Ziwa Magadi)호수와 불과 30km 거리에 있습니다. 가성 소다(Caustic soda)로 알려진 수산화나트륨은 흔히 말하는 양잿물인데요. 탄자니아 정부에서도 그 가치를 눈여겨본바, 곧 이곳 엔가루카 지역에 공업용 알칼리를 가공하는 공장을 세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직물 제조, 석유 정제 혹은 고무 제조를 통해 국가발전에 이익을 꾀한다는 계획이지요. 마가디(Magadi)는 현지 마사이 마마들에게도 중요한 도구입니다. 뻣뻣하게 말린 옥수수가 이 마가디를 만나면 금세 부드러운 식감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지요.
검은색 용암을 분출한다 하여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활화산으로 꼽히는 올도뇨 렝가이(Oldoniyo Lengai)까지 품고 있는 이 엔가루카는 이렇듯 탄자니아에서도 손꼽히는 희귀한 관광지이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지역입니다. 지금은 고작 2만 명 남짓한 거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타 지역의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 7월, 이곳 엔가루카 마을에 재림교회에서는 최초로 마사이 출신의 무사 메루루티(Mussa Meruruti)라는 사역자를 파송하고(최재우 후원자님 감사합니다) 첫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의 전도회를 개최했는데요. 모교회인 음토 와 음부(Mto wa Mbu)에서도 8명의 사역자들이 지원해 주신 결과, 총 84가정을 방문하고 206명의 영혼들을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리에 진정으로 반응하는 25명의 구도자들과 성경을 공부할 수 있었고, 그 가운데 8명이 전도회 마지막 날, 침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개척을 시작한지 불과 5개월 만에 거둔 귀한 열매였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침례식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요. 막상 사역자들이 이틀 전에 봐두었다는 물가에 도착해 보니 세상에나 가축들이 겨우 목을 축일 만한 물만 고여 있었습니다. 이틀 만에 강물이 증발이라도 한 것일까요? 8명의 침례자들은 이미 옷을 전부 갈아입고, 기대에 벅찬 표정으로 기다리는 상황. 시간은 어느덧 태양이 머리까지 직선으로 내리꽂는 정오였지만 이유 불문하고, 야외 침례탕을 찾아 나서야만 했습니다. 물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오십 명에 달하는 교우들과 함께 개울의 상류 지점을 향해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지요. 앞서가는 선두주자들의 행렬을 눈으로 좇으며 말입니다.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훌쩍 지나자 은총이가 옆에서 징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 목 말라. 죽을 것 같아.” 울부짖는 어린 아이의 소리에 함께 걷던 마마들도 “아나 초카 사나(Ana choka sana. 피곤하고말고)”하며 등에 엎히라는 시늉까지 해줍니다. 쌍둥이라도 제 언니는 저만치 흙먼지를 날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본 마마들은 “다키카 모자, 라키니 도토 니 도토(Dakika moja, lakini doto ni doto. 1분 차이라도-손가락 하나를 치켜올리며- 둘째는 둘째구먼.)”하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중간 중간 이어지는 개울물을 건널 때면 치렁치렁 분홍색 긴 스커트를 맞춰 입은 마마들(이분들은 모교회에서 지원 오신 찬양대원들입니다)과 함께 “모자, 음빌리, 타투! 루카!(Moja, mbili, tatu! Ruka! 하나, 둘, 셋! 힘껏 뛰세요!)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 뜨거운 태양 빛에 달구어진 정수리, 꼬르륵 아우성치는 배꼽시계로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우리 모두는 ‘물 나와라! 대장정’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날마다 물을 찾으러 7~8km는 족히 걷는 마사이, 바라바이크 부족 아낙네들이 얼마나 지치고, 힘이 들지 개미 다리에 난 털 만큼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요?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던 앞의 행렬이 저만치 멈춰 섰습니다. 잰 걸음으로 따라가보니 과연, 물이 흐르는 상류지점까지 도착 했습니다. 야호! 물은 그렇게 깊지도, 그렇게 풍성하지도 않았지만 중간을 막아 수위를 조절하면 어느 정도 침례식은 치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장로님들은 재빨리 파란색 천막을 양쪽에서 묶어 물길을 막은 후, 천막이 물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주변에 쓰러진 커다란 나무를 가져다 천막을 지지한 후 소리쳤습니다. “찹, 찹, 찹, 찹(Chap, chap, chap, chap. 빨리, 빨리 합시다!!!!) 어른들의 ‘찹, 찹’ 소리에(이 말은 대게 행동이 굼뜬 어린 애들을 다그칠 때 하는 말이기에)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장정 여럿이 나무와 천막을 온 몸으로 지탱하며, 물이 고여있도록 하는 사이, 빛의 속도로 침례식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먼 길을 걸어 힘들게 그 곳까지 이른 우리 모두에게 그 오후의 침례식은 개운하고도 시원한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다시 교회로 돌아가는 길.
헉헉대는 제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마사이 소녀와 함께 걷다 그이와 나의 발을 들여다봤습니다.
얼굴 색은 다른 우리가 종아리까지 같은 색을 뒤집어 썼습니다. 바로 흙색! 침례를 마치고 젖은 옷 그대로 슬리퍼를 신은 차 목사나 하늘색 단화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었던 저나 검은색 타이어 신발에 원색 슈카(shuka, 마사이들이 두르는 천)를 걸쳤던 마사이 교우들의 하반신이 어느새 뿌연 흙색으로 똑같이 둔갑해 있었습니다. 둥글게 서서 모두의 다리를 모아 사진을 찍던 그 순간, 전 그들과 하나가 된 듯한 묘하고도 행복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 만치엔 핏빛같이 붉은 죽음의 호수가 또 저 너머엔 언제라도 마그마를 뿜어낼 화산이 꿈틀대는 그곳에 우리와 닮은 마사이 부족이 하나님을 경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교회가 없어 나무 밑에서 매 안식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우기인 요즈음, 세찬 소나기가 흩뿌리는 날이면 이파리도 몇 개 없는 가시나무 아래 옹기 종기 모여 있을 그네들이 눈에 선합니다. 엔가루카에 작은 예배 공간이 건축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또한 앞으로도 많은 영혼들이 예수님을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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