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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운다는 것 -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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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다는 것

              -한혜영



소박한 질그릇처럼 

마음을 비워 

세상의 어떤 과일보다 

향기로운 

하나님의 말씀을 

풍성하게 담고 싶다


나그네처럼 찾아오는 

천사를 졸라 

하늘나라의 비밀을 듣고 싶어

의자 한 개를 

가난한 마음에 들이고 싶다 


착하고 아름다운 말과 찬송이 

내게서 흘러나왔으면 싶어

한 송이 두 송이

예수님 향기를 꽂을 수 있는 

꽃병이고 싶다


작은 호수가 

온 산,

온 하늘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비워

물거울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처럼


사모하는 하늘나라를 

온전히 들일 수 있게

부정한 생각을 비우고 

맑은 심령으로 나를 채우고 싶다


시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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