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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 시인 <안개가 잎을 키웠다> 첫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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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잎을 키웠다


유지인




“모나리자의 눈썹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청맹靑盲과니를 위해 안개가 출사표를 던졌다

주파수가 없는 안개 속에선

감각의 촉수를 긴 안테나처럼 뽑고

경계선이 모호한 천을 박음질하는

재봉틀 바늘마냥 무작정 달려 나가야 한다


말의 애드리브나 즉흥 연주의 베리에이션처럼

시를 쓰다 불쑥 튀어나오는 의미도 기억도 생소한

단어를 만날 때 있다 노파심에 사전을 뒤적이면

쓰던 시에 영락없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신명이 오른 문장이 문장을 불러오는 순간이다


안개 속에서 무수히 타종되었던 바람의 문장은

궂은 날 눈만 홀리다 금세 사라지는 여우별이거나

의식의 창을 가린 검은 조각의 매지구름이거나

깨어나 메모장 찾다 다시든 구루잠 속에서

번개처럼 잡아챈 시의 나비날개다

  

안개 장마당에서도 시의 눈속임을 하는

야바위꾼을 만날 수 있다 절벽은 어디에나 있다

그럴 땐 감각의 집어등을 밝히고 허밍,

몰입으로 숨죽인 뱃고동 소리가 더 멀리 간다

아사시한 안개 스토리가 이어지는 곳에서

안개를 먹고 자라난 사물 아이의 눈은

웅숭그레 깊어져있다







시인 약력


2011년 <너무나 가벼운,담론> 외 4편으로 

계간 <시안>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23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안개가 잎을 키웠다> 2023<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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